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잔잔한 판타지
- 쉼터
- 2016. 11. 20. 09:00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잔잔한 판타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지는 자극적인 작품들에 지친 관객에게 충분히 권유할 수 있는 일본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이 영화는 올해 서른이 된 우편배달부 청년이 자전거 사고를 당한 뒤 찾아간 병원에서 뇌종양 말기로 인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의문의 존재'로부터 하루 동안의 수명을 담보로 한 거래를 지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란 작품에 흥미진진한 스릴러 판타지를 기대할 수도 있겠으나,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그런 장르와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일상 판타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주인공은 악마로 추정되는 의문의 존재로부터 자신의 수명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습니다.
그는 의문의 존재로부터 수명을 하루 더 연장시키는 대신, 세상의 어떠한 한 가지를 없애자는 거래제안을 받고 승낙합니다.
그가 하루를 더 살기로 한 대신,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전화입니다.
주인공이 미처 깨닫지 못했었으나, 전화는 그가 헤어진 첫사랑 '그녀'를 만나게 해주었던 매개체였습니다.
전화가 사라진 뒤 '그녀'에게 주인공은 생전 단 한번도 만나지 못한, 전혀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주인공이 이틀을 더 살기로 했을 때,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의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사라진 것은 영화였습니다.
이로 인해 주인공의 '그녀'가 일하던 극장은 사라지고, 영화로 인해 우정을 쌓을 수 있었던 절친은 그와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3일째에 사라진 것은 시계였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시계점에서 일했고, 아버지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직전 시계를 선물로 줬습니다.
하지만 시계가 사라지면서 타케루는 자신을 이루고 있던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합니다.
다음 날, 의문의 존재는 영화의 제목인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처럼, 고양이를 없애겠다고 합니다.
고양이는 주인공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입니다.
더 이상 자신의 소중한 것들을 잃을 수 없던 주인공은 중대한 결심을 합니다.
'착한'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지루할 수 있지만, 오히려 '착한' 영화를 마지막으로 본지 너무 오래된 사람에겐 어떠한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작품,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주연 역할을 맡은 사토 타케루와 미야자키 아오이, 하마다 가쿠 등의 다채로운 감정변화 연기는 관객들에게 몰입감을 주기 충분합니다.
세상에서 무언가 하나가 사라질 때 연출되는 CG효과는 은근한 긴장감과 공포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 중간중간의 깨알 같은 웃음포인트는 자칫 지루하게만 느껴질 수 있는 전개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물론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 장점만 갖춘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러닝타임 내내 집중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연출력의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막장드라마나 스케일 큰 할리우드 액션 영화에 빠져든 사람이라면 중반부 이후 지속되는 잔잔한 전개에 하품을 쏟아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영화가 주고자 하는 메시지만큼은 선명하게 전해들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부모님과 떨어져 지내는 사람, 연인과 헤어진 사람, 친구와 연락이 뜸해진 사람, 삶을 포기하고 싶은 사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지친 사람 등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 본다면 충분한 따스함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던지던 질문, "세상에서 내가 사라진다면 누가 슬퍼해줄까요?"라는 답을 곱씹으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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